3. 인공 수정(IUI): 첫 번째 단계

IUI의 준비 과정: 의료 상담, 검진, 배란 추적

 

먼저, 첫 단계인 IUI를 준비하기로 결심하고

난임병원에 예약을 잡았다.

 

 

 

의료 상담

놀랍게도, 의사와의 첫 진료까지 대기기간이 3개월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중간에 취소 자리가 생겨 1.5개월 만에 첫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첫 진료에서는 우리 커플의 인적 정보와 원하는 방향,

가족력 및 병력 등을 자세하게 물어본 후,

몇가지 옵션을 제시해줬다.

 

 

1. 대리모를 쓰는 법: 다른 여성을 통해 시험관으로 우리 아이를 낳는 방법

2. 직접 아이를 낳는 법:

• IUI (인공수정 및 체내수정): 배란일에 맞춰 정자를 자궁 내에 주입하는 방법, 간단하고 비침습적임.
• IVF (시험관): 정자와 난자를 실험실에서 수정시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법.
• r-IVF (reciprocal IVF) :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방법으로, 시험관을 하고 파트너의 배아를 내가 착상하고, 나의 배아를 파트너가 착상하여 좀 더 함께하는 임신과정을 경험하는 방법.

3. 몇명의 아이를 낳을 것인지: 몇 명의 아이를 누가 낳고 싶은지 결정

4. 호르몬 상황: 우리가 혹은 우리 중 하나가 트랜스 젠더인지, 혹은 호르몬 치료를 받고있는 지 등의 질문

5. 정자 기증자 선택: 아는 사람에게 정자를 기증받을 것인지, 혹은 정자은행을 사용할 것인지

 

이런 다양한 옵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임산부용 비타민과 엽산을 먹고있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먹으라고 알려줬다.

 

 

검진

첫 상담이 끝나자마자 질 내시경 검진, 피검사, 그리고 나팔관조영술 (HSG) 일정을 잡아줬다.

의사를 만나기까지 대기 시간이 길었지만,

막상 검사는 바로 예약되어 좋았다!

 

 

 

1. 질 내시경

한국 산부인과에서도 해본 적이 있는 검사로,

생리 전에 방문하여 베이스라인 (baseline)을 설정하는 것 같았다.

의사는 자궁의 두께를 측정하고, 양쪽 난소의 난포 크기 및 숫자를 간단하게 확인했다.

 

 

 

2. 피검사

일반적으로 하는 산전검사들이 포함되있는 것 같았고, 주요 항목은 아래와 같다.

• 성병 검사: 클라미디아, HIV, 매독
• 수두 검사 (varicella zoster)
• 풍진 검사 (rubella)
• 급성 C형간염 (HCV antibody)
• B형간염(HepB)
• 혈액형 검사 (ABO)
•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레벨
• 갑상선 호르몬 검사 (TSH & T4)
• 항뮬러 호르몬 검사, 즉 난소나이 (AMH)

그리고 추가적으로 본 검사들:

• 거대세포 바이러스 검사 (CMV IgG/IgM)
• 유전자 보인자 검사 (Genetic Carrier Screening)

우리는 같은 정자를 사용하여 아이 둘을 낳고 싶기에, 둘 다 유전자 검사와 CMV 검사를 진행했다. 

우리의 유전자가 어떤 유전자 (보인자, carrier)를 갖고있는지 확인한 후,

원하는 정자를 선택하고 그 정자의 유전자와 비교하여 어떤 위험이 있는지 조언을 받기로 했다.

 

• CMV 검사에 대해서는 생소했는데, CMV는 거대세포 바이러스 (Cytomegalovirus)라고 불리며, 미국에서는 산모가 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CMV 음성 (-) 정자를 구매할 것을 권장한다. 우리의 경우 둘 다 CMV 양성 (+)으로 나와서 놀랐지만, 한국처럼 단체생활이나 군집생활 (공중목욕탕 등)을 한 사람들은 CMV 양성(+)이 많다고 해서 선택의 폭이 넓었다. 

Dall*E가 그려준 피 뽑는 그림!

 

3. 나팔관 조영술

와이프보다 내가 먼저 임신을 시도하기로 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나팔관 조영술 (HSG)을 받기로 했다.

Reddit에서 찾아봤을 때는 별로 아프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고,

병원에서도 약간의 경련 (cramp...생리통 같은 통증)만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블로그를 찾아보면 매우 아프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헷갈렸다.

검사 전에 이부프로펜 (ibuprofen) Advil 한 알을 먹고 갔지만,

막상 검사를 받는 동안 너무 아파서 간호사의 손을 꼭 잡고 눈물 흘리며 소리를 질렀다 ㅠㅠ

와이프가 검사실에 함께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간호사님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날카로운 바늘로 콕 찌르는 듯한 sharp pain의 통증이 있었고,

5초정도 매우 아팠다...

다행히 양쪽 나팔관은 잘 뚫려 있고 건강한 상태라고 했다.

 

검사가 끝나고 나니 통증이 사라졌고,

검사중에 소란을 피운 점이 갑자기 민망해졌다. 

의사에게 미안했다고 하자, 의사는 자기가 아프게 했는데 왜 미안하냐며 달래줘서 고마웠다ㅎㅎ....

 

다시는 받고싶지 않은 무서운 검사였지만

중요한 단계 하나를 넘어섰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구글 이미지 출처: 나팔관 조영술 결과. 왼쪽은 양쪽이 뚫린 나팔관, 오른쪽은 한쪽이 막혀있는 나팔관을 보여준다.

 

 

 

 

 

배란 추적

모든 검사를 마친 후.

의사는 수치적으로 난임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가벼운 약을 쓰는 방법을 추천했다.

이전 글에서 간단히 설명했듯이, 

인공수정(IUI)은 아무 약을 쓰지않는 자연주기 (natural cycle)와 약을 사용하는 주기 (medicated cycle)로 나뉜다.

 

우리는 주사 없이 간단히 배란을 유도하는 레트로졸 (letrozole)이라는 약을 선택했다.

클로미드라는 약도 많이 쓰는데, 자궁 내막을 얇게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들었다.

레트로졸을 생리 후 3일부터 8일까지 매일 저녁 5mg씩 5일간 복용했다.

호르몬 약이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매일 10시 알람을 맞추고 먹기 시작했다.

 

생리 후 10일째가 되면 병원을 방문하여 질 내 초음파로 양쪽 난소의 난포 크기 및 개수를 측정한다.

몇 개나, 얼마나 자랐는지 추적하는데 보통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내 난포 반응이 꽤 느려서 ㅠㅠ

10일, 12일, 14일, 15일 그리고 16일... 총 다섯번이나 병원을 방문했다.

약을 써서 여러 개의 난포가 자랄 줄 알았지만, 한 개만 자라고 있었다.

 

 

대략 18mm정도가 되면 정확한 배란 시기를 잡기 위해 난포를 터트리는 주사인 Trigger shot을 놓는다.

 

미국에서는 난임 시술을 위한 주사나 호르몬 약을 일반 약국에서 팔지 않고, 

난임 약국(specialty pharmacy)에서만 취급한다.

 

내 보험은 난임 시술이 커버되지 않지만 회사의 복지로 처리되는데, 회사가 복지로 쓰는 서비스의 이름은 Progyny.

이 Progyny는 여러 회사들이 복지 정책으로 사용하는 3자 업체로 알고 있다.

Progyny는 일괄적으로 Alto Pharmacy를 난임 약국으로 지정하여 약과 주사를 정한 날짜에 집까지 배송해 준다.

난포 터뜨리는 주사는 오비드렐(Ovidrel trigger shot)이라는 주사로,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놔준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직접 엉덩이에 근육주사로 놓아야한다

 

나는 이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서 놨다. 

 

 

그리고 36시간이 지난 1.5일 후, 대망의 인공수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