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공 수정(IUI): 절차와 경험

IUI 과정의 단계별 설명: 정자 기증자 선택, 수정 절차, 성공률

이전 글에 IUI에 대해 상세히 다뤘지만,

레즈비언으로서 정작 가장 중요하고 찾기 어려운 정보는 아무래도 정자 기증자 선택일 것이다.

레즈비언이 아닌, 선택적 싱글맘 (SMBC라고 불린다, Single Mom By Choice)이 되고 싶은 분들도 이 블로그를 찾아올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나는 미국에 살고있고, 미국에서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때문에 먼저 disclaimer를 걸어두려한다.

 

1. 다른 국가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함

2. 정자 기증자를 구매하는 것은 미국에선 합법이며

3. 이 글은 의학적 및 법적 자문이 아님

따라서 참고만 하시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at your own risk)- 라는 글을 적고싶었다.

 

 

 

 

한국에서는 돈을 주고 난자나 정자를 '구매'하는게 합법이 아니며,

미국에서 합법이더라도 한국인으로서는 법에 저촉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간단하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적는 TMI)))

나는 한국에서 난임 시술을 받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법을 따르고 있다.

또한 다음 한국 입국시에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어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 미국의 정자은행과 정자 기증자 선택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레즈비언을 위한 정자 기증자 선택

 

미국에는 대략 20개의 정자은행이 있는데, 여기 아주 잘 정리해놓은 차트가 있다.

 

복잡한 차트같다고 느낄 것 같아서 이 중 몇몇 유명한 정자은행들을 예로 들어 비교를 해보고자 한다.

 

• Xytex
• California Cryobank
• The Sperm Bank of California
• Fairfax Cryobank

 

이 네 개의 병원은 모두 유명하고 규모가 크다. 

먼저 Xytex을 보면, "family limit per donor"과 "sibling databaes"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family limit per donor는 미국인들이 매우 예민하게 여기는 부분인데

이것은 정자 기증자 당 최대 가족수를 의미한다.

빨간색은 25가족 이상에게 정자를 기증한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는 미국 내에서 적용되고 전 세계적으로는 훨씬 많을 수도 있다.

또한 가족 수가 25명이 되더라도, 가족 내에서 같은 정자를 쓴 여러 남매가 있는 경우

50명이나 75명 이상으로도 늘어날 수 있다.

 

California Cryobank와 Fairfax도 마찬가지. 

 

그러나 The Sperm Bank of California (TSBC)는 유일하게 초록색으로 표시되어있다.

이 곳은 세계적으로 10 가족에게만 최대로 기증하도록 하기 때문에 초록색을 받았는데,

TSBC는 인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비영리 단체 (non-profit)이기도 하다.

또한 LGBT+ 가족들에게 정자 기증을 가장 먼저 시작한 정자은행이로 아주 평판이 좋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정자 기증자 수가 적고, 대기 시간이 매우 길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사이트들은 대부분 무료로 회원가입하면 간단한 정보들을 볼 수 있다. 

주로 Staff impression (직원들이 상세히 적은 정자 기증자의 첫인상), 인종, 키, 몸무게, 유전자 정보, 가족력, 어린시절 사진, 학력, 취미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추가로 돈을 내면 목소리나, 손 글씨, 자신이 공개한 경우 어른 사진도 볼 수 있다. 

 

정자은행이 많은 돈을 가져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자은행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도 된다.

정자 기증자의 HIV 및 성병 여부, 개인 정보 확인, FDA에 맞는 프로세스 (피검사)를 책임지며,

친권 자격 없이 정자만을 기증하는 것도 법적으로 책임을 진다.

따라서 정자 구매자가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교량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Reddit에서는 아는 사람에게 정자 기증을 받더라도, 정자은행을 통해 법적 및 의학적 처리를 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자은행을 여러 곳 찾아보면서 어른 사진이 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역변을 걱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릴 때의 사진은 알아보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자 기증자가 여러 사이트에서 다른 어린 시절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자 은행 법칙을 어기는 행동이기도 하고, 여러 가정으로 너무 많이 정자가 퍼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자은행을 무조건 믿는 것도 지양해야한다. 

Xytex의 유명한 호러스토리가 있다. 

Xytex Donor 9623이라고 구글에 치면 나오는데 - 이 정자 기증자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어리고 신경과학 박사를 전공하고있으며 5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사람은 39세의 범죄자로, 여러 정신 질환과 조현병을 앓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 링크)

이는 충격적인 사례로, 정자 기증자의 실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키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이트와 정자 조사를 통해 신중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정자은행에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보는 것이 좋다. 

 

추가로 "Open ID"라는 용어가 있다.

위 차트에는 "Release of Donor Identity"라고 되어있는 부분이다.

이 용어는 정자 기증자가 자신이 익명의 정자기증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18세가 되었을 때 원하면 연락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Open ID donor"로 남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연락한다 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당연히 '아빠'라는 단어가 아닌 '기증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래의 아이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Open ID 기증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쪼록 중요한 정보들이다보니...

정자 은행에 관한 전체 리포트는 꼭 여기 2022년 미국 정자 은행 데이터 조사 PDF (링크) 에 들어가 확인해보길 바란다. 

 

 

 

 

 

 

수정 절차

전 글에서 상세하게 설명했듯이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고 36시간 뒤 병원에 오면

그 날이 "배란일"이 된다. 

 

미리 정자은행에 연락해 난임병원으로 정자를 배송해놓으면,

IUI하는 당일 아침에 난임병원은 정자를 녹이고 세척 (Wash)하여 똘똘한 정자들로만 준비해둔다.

 

체내수정은 의사 및 PA (physician's assistant)가 질경을 이용해 길을 확보한 후,

얇은 카테터 (catheter)를 삽관하여 자궁 내로 정자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파트너가 한명 같이 들어가 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대략 5분에서 10분정도 누워있다가 나온다.

 

자궁이 방광에 가려 숨어있기 때문에,

미리 30분 전에 물을 1~1.5리터 정도 마시고 들어오라고 한다. 

나는 이런 안내가 없었어서 추후에 물을 마시고 삽관하는데 고생을 했다.. ㅠㅠ

 

그리고 14일 뒤,

악명 높은 2 weeks wait (2WW)을 기다리게 된다.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안내받았다. 

1. 생리가 터지지 않으면 임테기를 해보고 병원에 연락

2. 생리가 터지면 바로 병원에 연락

 

 

나의 경우는 안타깝게도 2. 

 

 

 

 

 

성공률

위에 적었듯이 생리가 터졌다.

 

원래 15% 정도로 성공률이 낮기 때문에 별 기대 하지 않았지만

성공하길 바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

 

이식 당일부터

집에 오니 괜히 누워있어야할 것 같고 (안 누워도 됨. 아무 상관 없다고 함)

소변도 괜히 참아야할 것 같고 (소변 눠도 됨. 오히려 참으면 방광염걸리고 안 좋다고 함)

내내 배가 따끔따끔한게 수정이 되고 착상이 되는 느낌에 기대를 잔뜩 했다.

 

2주를 참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배란 후 6일부터 임테기의 노예가 되었고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매직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2주 후,

어김없이 찾아온 생리. 

 

너무 아쉽고 슬펐다.

 

다시 한 번 똑같은 절차로 IUI를 하기로 했다. 

 

의사가 세번은 시도해보자고 했기 때문에 

믿고 세번은 해보기로 했다. 

세 번을 하면 확률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하며. 

 

 

하지만 두번째도, 세번째도... 모두 실패했다.

나는 몸이 예민한 편이라 

배란이 될 때 왼쪽에서 되는지, 오른쪽에서 되는지 콕콕거림으로 느껴지는 편이다.

안타깝게도 대체로 이식하기 전에 미리 배란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정자가 좀 더 늦어지는 것일텐데...

 

 

 

'Queer Conception' 이라는 책이 있다. 

추천하는 책!

 

이 책을 읽어보면 얼린 정자의 더 짧은 수명에 대해 다루는데,

정자 은행을 이용할 때 배란 시기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난임 병원은 LGBT 환자를 위한 전문 시술을 갖춘 곳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IUI 성공 확률이 어차피 낮아서 그렇게까지 신경쓴다고 얼마나 달라졌겠냐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은 레즈비언 및 퀴어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마존 링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