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 남성적인 관점의 조직 및 회사 생활에 대하여

오늘 젠더에 관해 흥미로운 사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고, 재밌는 토론을 하게 되었다.

비단 실리콘 벨리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gender gap과 gender bias를 타파하기 위해 많은 교육이 이뤄지고있다. 

 

2018년에는 한참 남/녀간의 pay gap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요즘은 inclusion/diversity에 대한 교육이 대부분이다. 

사실 pay gap은 조금 더 쉬울 수 있다. 당장 같은 레벨 남/녀 직원들을 보고 문제가 될만한 경우 인사과에서 검토 후 일괄적으로 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nclusion & diversity에 관해서는 어려울 수 있겠다. 

 

많은 실리콘 벨리 회사들이 그렇겠지만- 더군다나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70%이상이 남성직원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장 작년 201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이런 기사(테크회사들의 젠더 불평등 타파 방법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나온 것 만큼 - 간단한 문제가 아님은 틀림없다. 

 

hbr.org/2019/10/why-techs-approach-to-fixing-its-gender-inequality-isnt-working

Why Tech’s Approach to Fixing Its Gender Inequality Isn’t Working

이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방법과 같이- 회사 사내 교육은 나름 피드백을 받고 발전하고 있다.

오늘 사내 교육은

1. 먼저 gender bias가 무엇인지 개념을 가르쳤고

2. 어떤 gender bias들이 있는지 토론했고

3. masculine defaults에 대한 개념을 가르쳤고

4. 사내 masculine defaults에 토론했고

5. corrective action에 대해 이야기했다.

 

 

gender bias:

즉 성별 고정관념들이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는 파란색 옷 - 여자아이는 핑크색 옷. 이런 식의 성별 고정관념들을 gender bias라고 하는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이 고정관념을 뿌리깊게 갖고있다고 한다. 

 

 

요즘같은 시대 (non-binary society)에 살면서 무슨 고정관념이냐! 라고 말하는 당당한 gen z 들 참 많지만, 아무래도 조직은 여러 세대들이 뭉쳐있고 여러 나라의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고정관념이 매우 많다. 

 

아래는 수업을 들으며 정리해본 feminine vs. masculine words들이다. 

단어를 보면 알겠지만-

• 여성적 단어는 남을 보호하고, 보살피고, '서기/총무' 등의 역할을 하고, 중재하고, 이해심 많고, 겸손하고, 혹은 싸가지없다. 
• 남성적 단어는 리더, 엔지니어, 위기를 잡고, 카리스마있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이론적이다. 

(이 단어들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토론에서 나온 여성적/남성적 단어 "느낌" 이라는 것을 참고해달라)

옳고 그름은 없지만 왠지 한쪽은 부정적으로, 한쪽은 긍정적으로 느껴지는건 뭘까.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근데 이 단어들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어찌보면 여성적 단어가 꼭 집어 나쁠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이유는 바로 다 뉘앙스 때문이다.

 

 

masculine defaults:

남성적인 환경이 기본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건 성차별과 조금 다른 개념이다. 

예를들면,

• 남성끼리 49ers 풋볼 게임을 좋아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 남자들끼리 일터에서도 모인다. (old boys club/sexism)
• 성적 혹은 성차별적 농담 (sexism)

 

• 여름의 일터는 항상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춥다 (남자들의 체열이 더 높음) -> 여성은 긴 팔 옷을 따로 챙기거나 자리에 히터를 둔다.이것은 일터에서 여성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가져온다. 혹은 회사는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보게 된다 (masculine defaults)
• 자신의 업무에 관해 자랑 (즉 자뻑)은 승진을 가져온다. (남성적 행동을 높게 삼, masculine defaults)
• 연장근무 및 업무 외 회식 문화에 대해 공적으로 인정한다. (남성적 행동을 높게 삼, masculine defaults)  

(참고 자료: Cheryan Markus Psych Review http://dx.doi.org/10.1037/rev0000209)

APA PsycNet

여러 직원들과 토론하며 놀라운 사실을 알았는데, 놀랍게도 참 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문화가 어쩔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여겼었는데 대부분의 남성에겐 쉬운 일들이 많은 여성에겐 어려운 일들이었고, 여성들은 '남성들의' 조직 문화를 열심히 따라가느라/ 따라하느라 힘들어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여성들이 아래와 같이 말하려 노력하고 있었겠나. 

 

회사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을 위한 cheat sheet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남성적'으로 말하고, 조직에서 '성공적'으로 인정받아 승진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corrective action: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면

1. 미안하지만 이런 bias들은 빠르게 없어지지 않는다. 

2.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회사 내부적으로 윗선에서 많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하고, 또 제도적으로 조정해나가야한다. 또한 남성동지들 역시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에 (예: 상대적으로 조용한 성격의 아시아계 남성은 남성성에 부합하지 못하여 차별받는 경우) 다양성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포용과 관용에 대해 배움을 해야한다.

 

3. 사내 교육 담당자는 '여성성'에 대해 강조하고 강점을 부각해보라고 했다. 1 & 2가 바뀌는 동안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느낀 한계는-

아무래도 #3이 가장 아쉬웠다.

교육 내내 gender bias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이건 윗선을 포함한 모두가 갖고있을 수 있는 편견이고 비의식/비자발적인 편견이다.

feminine vs. masculine words에서 나온 예 중에 bossy 와 charismatic이 있다.

미팅 중에 똑같은 말을 여성이 그리고 남성이 주장했을 때, 각각 듣는 평가일 수 있다. 

 

그러면 만약 '여성성'보다 '남성성'의 성격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여성은 여전히 타인의 gender bias에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래도 #3의 방법은 어쩌면 편견을 이용한 성공법이라서 아닐까.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런 교육을 열심히 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다행이다. 

회사 내에서도 점점 사람들이 서로 소개할 때 자신의 이름과 pronoun을 말하는 (she/her, he/his, they/them) 문화도 생기고- 앞으로의 실리콘 벨리 회사 문화가 더 기대된다.